글 조회수는 많은데 댓글이 없어서 댓글 달아봅니다.

우선.. 고등학생 수준에서 접할 수 있는 한의학 정보는 굉장히 한정적일 뿐만 아니라, 없느니만 못한 것들도 많다는 걸 꼭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해당 전공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baby step에 해당하는 부분은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수학, 사회, 과학 등의 과목과는 다르게, 현실적으로 한의학의 기반 이론이나 한의학적 사유 방식을 고등학생이 배울 수 있는 방법은 현 교육 제도 안에서는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이란 원래 자기가 알고 있는 틀 안에서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마련이라, 매우 편향된 시각으로 한의학을 접하게 됩니다. 물론 그런 편향된 시각 속에서 발견한 한의학의 모습이 모두 falsehood는 아니겠지만, 지금 쓰신 글처럼 '한의학은 불완전하다'라는 결론을 내리신 과정이 틀렸을 확률이 높습니다. 수리논술 문제에서 답은 30% 정도 맞고 과정은 완전히 틀린 격이지요.

'정해진 룰이 없다보니 사람에 따라 한의학으로 성공여부는 다를 것이다'라는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임상 한의학의 치료 방향에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한의학적인 치료의 효능은 그것을 시행하는 한의사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거라는 말인가요? 아니면 학생이 한의사가 된 후에 성공할지 그렇지 못할지의 여부는 개인의 노력에 따라 결정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말인가요? 주어와 목적어를 잘 구분해서 다시 말씀해주시면 제가 아는 선에서 대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고2라서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고등학생들을 만나보면 많은 친구들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본인의 가능성에 제한을 두지 마세요. 목표가 뚜렷할 필요? 전혀 없습니다. 고1 때부터 경희대 한의대만을 목표로 했다고 하면 누가 알아주나요? 고1때부터 경희대 한의대만을 목표로 한 성적이 낮은 학생 vs 수능 끝나고 정시 원서 쓸 때 되어서야 경희대 한의대 한번 써볼까 하는 성적이 높은 학생. 이 두 학생 중에 어떤 사람이 경희대 한의대에 합격할 것 같습니까? 수험생 수준에서는, 그것도 어느 정도 이상의 성적을 받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배우는 공부가 세상의 다는 아니더라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학업적 성취를 이어나가면 대학에서도 훌륭한 학자 또는 연구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 오산입니다. 고등학교 수학, 과학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수학, 과학은 대충 이런 분위기이다 라고 맛만 보여주는 거지, 실제로 그 내용을 여러분들로 하여금 익히게 하는 것이 그 목적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단순 암기형 문제가 아닌, 기초적 지식을 바탕으로 추론형 사고를 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문제를 내는 거예요.

말이 길어져서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성실하게 수능과 내신 대비 공부를 하며 대입을 준비했던 고등학생이 대학교의 전공에 대해 바르게,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변함없이 수학자, 생물학자를 꿈꾸어 결국 대학교에서 수학, 생물학 전공을 하게 된 학생이라도 자신이 가져왔던 것은 그저 열정으로 포장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욕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데에 채 1년도 걸리지 않습니다. 대학교에 가서도 맞아! 이게 내가 꿈꿨던 전공이야! 하는 대학생 본 적 있습니까? 거의 없을걸요ㅎㅎㅎ. 고등학교에서 나름대로 미적분, 생물2 같은 거 공부하면서 그 학문이 어떤 분위기인지 알 수 있었던 수학, 과학도 이러는데, 하물며 난생 배워본 적도 없는 陰陽五行부터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하는 한의학은 어떻겠습니까?

그냥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한의학 이론이나 임상의 불완전성을 논하는 것이 아니고, 한의학을 전공하고 난 후에 미래가 있을지 따져보는 것도 아니고, 당신이 한의사로서 성공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수험생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해서 최대한 점수를 끌어올리고, 대학입시에서의 선택권을 얻는 것입니다. 서두에서 뚜렷이 하고 싶다는 그 목표를 꼭, 반드시, 무조건 '수능 고득점'으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한의대 합격 같은 건 그 이후의 문제입니다.